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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은하수가 흐르는 해남 산사의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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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가 흐르는 해남 산사의 밤하늘....

 

 

 

 

 

 

 

 

 

 

'템플스테이'는 낮잠입니다. 도회지의 퍼석한 오후에서 벗어나서 초록빛 자연을 벗 삼아 잠시 즐기는 낮잠입니다. 그 짧은 낮잠이 얼마나 사람을 상쾌하게 해주던가요. 그런데 아직도 템플스테이를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절집에서 자는 게 참 좋다던데요…"이라면서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점잖은 '꼬드김'입니다. 선정 기준은 없습니다. 그저 불교 잡지에서 근무하면서 이곳저곳 템플스테이를 다녀본 결과, "여기가 아주 괜찮습디다"이라고 권해주고 싶었던 곳들입니다.

대표선수부터 소개하는 게 좋겠습니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해남 미황사입니다. 미황사는 템플스테이의 발원지입니다. 자고로 특정 음식을 먹고 싶지만 어디가 좋은지 결정을 못하겠다면, 원조를 찾아가는 게 제일입니다. 적어도 돈이 아까운 상황은 생기지 않습니다. 템플스테이의 '원조' 격인 이 절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물이 하나 있으니, 서쪽 하늘에 물드는 노을입니다. 미황사 바다 건너 진도의 뒤편으로 노을이 지면서, 땅 위로 별이 뜨는 것처럼 바닷가 마을에 하나둘 전깃불이 들어옵니다. 이 모습을 만났다면 당신은 이미 마법에 걸린 셈입니다.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산사의 밤입니다, 당신은 분명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가서 하늘을 바라보자. 머리 위로 거대한 은하수가 흘러갑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밤하늘. 미황사가 당신에게 선물하는 또 하나의 마법입니다.

108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원조를 맛보고 나면, 이번에는 가장 호평받는 집을 찾아가는 게 순서입니다. 다음 선수는 가장 고되지만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가장 높은 곳,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백담사 템플스테입니다. 이곳에서 108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1000배를 시킬 때도 있습니다. 두 시간 반쯤 절을 하고 나면 온몸이 뻐근합니다. 자리에 몸을 누이면 순식간에 잠이 듭니다. 그러나 밤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새벽 3시30분. 이번에는 새벽 예불입니다. 이곳에서 새벽 예불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 과정이 참 고통스럽습니다. 룰루랄라 백담사에 쉬러 왔다가 두려움에 몸을 떠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빼지 말고 이 모든 과정에 꼭 참여해보길 권합니다. 모든 체험이 끝나면 내 몸의 오감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위의 두 사찰이 절집의 전반적인 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에 가깝다면 다음 선수는 입이 즐겁고 몸이 행복해지는 템플스테입니다. 수원 봉녕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일정은 딱히 특별난 것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봉녕사 템플스테이의 진정한 매력은 공양(식사) 시간에 있습니다. 절밥 맛나기로 유명한 사찰이 봉녕사입니다. 정갈하고 뒤끝 없이 개운한 반찬들과 맵고 짜지 않은 절밥의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재료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찾게 되는 게 절밥입니다. 입이 즐거운 호사는 만사를 행복하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경험해보면 "아! 이래서 사찰음식, 사찰음식 하는구나!"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절은 '귀가 즐거워지는 곳' 순천 송광사 입니다.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잘 알려진 절. 그러니까 한국 불교의 출가 전통이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송광사의 새벽은 장엄합니다. 생의 모든 인연을 끊고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의 길로 막 들어선 스님들이 머무는 곳이기에, 새벽 예불의 분위기는 더없이 비장합니다. 100여 명에 가까운 스님들이 입을 모아서 터트리는 염불 소리는 가톨릭의 그레고리안 성가를 연상케 합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서 법당을 빠져나오면서 아침의 고요함을 마주하면 그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그 시간에 불교의 힘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템플스테이는 늘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건강한 삶의 형식을 체험하면서 건강한 습관을 찾을 수 있는 기회. 역시 사람은 자연 속에서 살 때 가장 건강한 심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아직도 망설이는 그대, 슬며시 일주문 안에 발을 들여놔도 괜찮습니다. 망설이지 말고서 상쾌한 낮잠 한번 실컷 즐겨보시는 건 어떨지...